아침 저녁으로 찬 기운이 어깨를 움츠러들게 한다. 큰 일교차에 성급하게 겨울 코트로 무장한 이들도 심심찮게 보인다. 사실 한겨울보다도 요즘같이 기온변화가 심한 겨울 초입에 각종 호흡기계 질환을 앓는 이들이 더 많다. 변덕스러운 기온에 신체의 면역력이 저하되기 때문이다.
기상청은 11월부터 추운 날이 많아지고 평년보다 강수량이 적어 건조할 것이라 예고했다. 이에 두꺼운 방한복이나 난방 못지않게 건조한 공기에 대한 대비책까지 마련해야 할 터이다. 보통 날씨가 추워지면 습도가 40%로 떨어지는데, 난방을 가동할 경우 습도가 20∼30%까지 떨어지기 때문이다. 건조한 공기에 가장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곳은 호흡기의 1차 방어막인 코 점막과 기관지 점막이다. 건조한 공기를 흡입한 호흡기 점막이 메마르면서 유입된 먼지와 바이러스 등을 여과시키는 역할을 하는 점액 섬모 기능이 떨어진다. 결국 세균이나 바이러스 등에 대한 저항력이 급속도로 떨어져 각종 감염질환에 노출될 위험이 커진다.
대표적인 질병이 목감기로 불리는 인후염, 기관지염과 같은 호흡기 감염성 질환과 알레르기성 비염이나 축농증 같은 코질환이다. 따라서 피부의 수분이 증발하는 것을 막기 위해 피부 보습제를 바르듯이 코와 기관지 점막을 촉촉하게 유지시켜주는 것이 바로 호흡기 질병을 막는 예방법이다. 가장 손쉬운 방법이 가습기를 활용해 실내 습도를 40~60%로 유지시키는 것이다. 가습기의 종류는 크게 초음파로 차가운 김을 분무하는 냉가습기와 가열한 수증기를 내보내는 온가습기로 나뉜다.
냉가습기는 분사량이 많은 것이 장점이다. 특히 몸에 열이 많거나 아이가 있다면 효과적이다. 그러나 수증기 상태가 아니어서 장시간 틀어놓게 되면 분사된 물방울들이 바닥을 흥건히 적시기도 하다. 또 수증기의 온도가 낮기 때문에 실내온도까지 낮출 우려가 있고, 초음파 진동을 틈타 세균이나 곰팡이가 떠다닐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반면 온가습기는 물을 끓여서 뜨거운 수증기를 방출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살균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용기 속의 따뜻한 물로 인해 오히려 세균이 더욱 잘 번식할 수 있어 청결한 관리가 필요하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가습기라도 관리가 잘 이루어져야 그 효과가 빛을 발한다. 물을 매일 갈아주어야 하고, 끓여서 식힌 물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특히 곰팡이·포자 등은 장시간 끓여도 죽지 않기 때문에 매일 용기를 깨끗하게 청소해야 한다. 이때 물에 식초나 소금을 타서 사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또 가습기 분무통과 몸체 역시 연성세제나 베이킹 소다 등을 이용해 매일 세척해주는 것이 좋다. 좁은 공간에서 가습기를 종일 사용하는 것은 곰팡이가 생기게 하는 지름길이다. 따라서 하루에도 여러차례 문을 활짝 열어 환기를 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
가습기 이외 센스 있는 생활 속 지혜로는 실내에 화초를 두거나 적당한 크기의 어항 및 수족관, 또 실내 분수대 등을 들여놓으면 장식과 습도조절 효과를 동시에 기대할 수 있다. 화초의 경우에는 녹색식물이 수분을 내뿜는 천연 가습기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또 빨래나 젖은 수건을 실내에 널어놓거나 컵에 물을 담아두는 것도 좋으며, 욕실 문을 열어놓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한편 이미 감기 등 호흡기계에 문제가 생겼다면 증상이 경미하다고 방치해서는 안된다.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다’는 속담처럼 간단한 치료로 나을 수 있는 증상이 악화되면 장기적인 약물치료나 수술이 필요한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다. 또 코막힘이 심하거나 코피가 잦다면 콧속 점막에 염증이 생겼거나 헐었음을 알리는 경고이므로 빨리 치료를 하는 것이 만성질환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길이다.
〈박재훈/하나 이비인후과원장〉